새해라더니
Posted 2008/01/03 13:25나도, 그대로
당신도, 그대로
…좋다아.
모두, 변함없어.
- Category :: 오늘의/행복은…
- Tag ::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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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에 집에 가는 길에 무참하게 문을 닫아버린 세탁소.
영하로 내려간다던 오늘에 입으려던 코트들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완전 가을옷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ㄷㄷ
횡단보도를 건너서 주유소 앞을 지나가는데
성당 앞 비스듬한 언덕길에서 웬 할머니가 우산을 짚고 서 계시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 보셨지요.
(저 언덕길이 뭐가 문제냐 하면, 그냥 오르막길이 아니라 가로로 기울어진 오르막길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경사는 45도 이상 될 법한; 눈이 오면 끝장이죠;)
그러더니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고 말씀하십니다.
" 학샹! 학샹! "
" 네에? ㅇㅅㅇ "
" 나 저어~기 올라가는데 손 좀 잡아 주. 아주 그냥 다리가 후들거려서 못 가겄네… "
" 아아 네에 ㅇㅅㅇ "
아침에 조금 일찍 나온 터라 여유가 있어서, 할머니 손을 잡고서 저도 올라가기 힘든 언덕길을 비스듬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뭐라고 뭐라고, 막내손주가 어쩌고 날씨가 어쩌고 많이 이야기 하시는 소리는 들었는데, 저도 약간은 귓밥을 팔 필요성이 있는 청력과 상당히 산만한 집중력의 소유자거든요 -_-;
저도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은데다, 할머니 손을 꽉 잡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바람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혀 듣지 못했어요. =_=;
" 나는 요기 성당가는디. 학샹은 어디 가는겨? "
" 저는 교회 가요. "
" 아이구 그랴? 아침에 추운디… "
" 할머님은 안 추우셔요? "
언덕길 꼭대기에 올라가서 여기서부터 혼자 가실 수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갑자기 친할머니가 생각나서, 조금 코가 시큰했지요.
10년 정도 못 뵈었다가 여름에 잠깐 뵈고 말았는데, 다시 뵙고 싶네요.
여튼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3